드라마 하나가 끝났을 뿐인데, 마음속 어딘가가 허전해졌습니다. 아이유와 박보검, 두 배우의 연기가 너무 깊어서일까요? 아니면, 그들이 함께했던 배경들 때문일까요.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속았수다’를 본 이후, 제 머릿속에는 그 장면들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가봤습니다. 드라마 속 그곳들로. 제주에서 시작해 경북 칠곡까지, 이 글을 통해 여러분도 마음속 작은 여행을 떠나보시길 바랍니다.
1. 폭삭속았수다촬영지 제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던 풍경들
1-1. 폭삭속았수다촬영지 - 제주목 관아
드라마 초반 백일장 장면이 펼쳐졌던 곳이죠. 처음엔 그냥 역사적인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옛 건물이 주는 고즈넉한 멋이랄까요. 저는 사실 한옥 마당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괜히 한참을 앉아 있게 되더라고요. 아이유가 연기한 ‘금명’이 글을 읽는 장면이 겹쳐져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1-2. 폭삭속았수다촬영지 - 김녕 해변
이곳은 어린 애순이 엄마를 기다리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서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까, 감정이 이상하게 북받쳤어요. 바람이 세게 불었는데도, 바다 앞에 앉아 한참이나 머물렀습니다. 해변은 평범할 수도 있었는데, 그 장면이 남긴 감정 때문에, 그냥 ‘바다’가 아닌 ‘기억’처럼 느껴졌어요.
1-3. 폭삭속았수다촬영지 - 성산일출봉
주인공들이 운명처럼 마주쳤던 장소. 솔직히 여긴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 전에도 몇 번 가봤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 때문인지 또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사람 인연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요. 일출봉 아래서 바람을 맞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어떤 장소는, 우리가 가진 기억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2. 폭삭속았수다촬영지 청춘의 시간들이 스며든 길, 제주도
1-4. 폭삭속았수다촬영지 - 섭지코지
로맨틱한 데이트 장면, 기억하시죠? 섭지코지에 도착했을 때 저는 마치 그 장면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었어요. 탁 트인 바다와 언덕, 그리고 그 위를 걷는 연인의 실루엣. 실제로 연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라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들렸고, 저도 괜히 혼자 입꼬리가 올라가더라고요. 드라마 속 ‘사랑’이 그렇게 낯설지 않았습니다.
1-5. 폭삭속았수다촬영지 - 올레길 5코스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에요. 청춘의 방황, 고민, 그리고 성장의 흔적이 녹아든 곳이죠. 저는 혼자 걷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는 이상하게 혼자가 더 잘 어울리는 장소였어요. 바람, 바다, 풀냄새가 함께 섞인 그 공기 속에서,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 그런 느낌?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여기서 흔들리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1-6. 폭삭속았수다촬영지 - 협재해수욕장
여름의 추억이란 이런 걸까 싶었어요. 파란 바다, 흰 모래, 그리고 해 질 무렵 그 풍경. 드라마 속 장면처럼 여기도 그냥 ‘즐거운 순간’들이 쌓이는 곳이에요. 저는 이곳에서 잠깐 눈을 감고 누웠는데,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여름은 우리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남게 되는 거겠죠.
3. 폭삭속았수다촬영지 대구·경북의 숨은 명소들, 그 장면 속으로
1-7. 폭삭속았수다촬영지 - 광주극장
‘깐느극장’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했지만, 실제는 1935년 개관한 진짜 영화관입니다. 오래된 극장 특유의 향기, 좌석 사이의 낡은 흔적들. 요즘 멀티플렉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이 있었어요. 드라마 장면이 떠오르면서, 저는 괜히 예전 영화 한 편이 보고 싶어 졌습니다.
1-8. 폭삭속았수다촬영지 - 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
여기가 진짜 반전이었습니다. 유채꽃밭처럼 보였던 드라마 속 장면이 사실은 고창의 청보리밭이었다니. 처음엔 제주라고 생각했는데, 고창이라고 해서 놀랐어요. 끝없이 펼쳐진 보리밭 사이에서, 아이유와 박보검이 첫 입맞춤을 나눴던 그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가보니, ‘이런 데서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나?’ 싶었어요.
1-9. 폭삭속았수다촬영지 - 안동호 해상촬영세트장
극 중 도동리 마을은 여기서 촬영됐다고 해요. 완전한 세트장이지만, 너무 정교해서 실제 마을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전부터 안동을 좋아했는데, 이곳은 정말 딴 세상이더라고요. 지금은 철거됐다고 해서 아쉽지만, 영상 속에서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1-10. 폭삭속았수다촬영지 - 계산성당
금명의 결혼식 내부 장면이 이곳에서 찍혔습니다. 대구 중구에 있는 이 성당은 웅장하면서도 고요했어요. 저는 들어서자마자 조용히 숨을 골랐어요. 너무 아름다워서요. 빛이 창으로 들어오고, 그 사이로 드라마 속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었죠.
1-11. 폭삭속았수다촬영지 - 천주교 대구대교구
중요한 가족 행사 장면이 촬영된 장소. 종교적인 의미도 크지만, 감정적으로도 묵직한 곳이었어요. 극 중 아버지의 따뜻하면서도 서툰 위로가 이곳에서 오버랩 됐고, 저도 괜히 가족에게 연락하고 싶어 졌어요.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것들, 이 드라마는 그런 걸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아요.
‘폭삭속았수다’는 단지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시간을 흔든 드라마였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된 장소들은, 이제 우리의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은 이 길을 따라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그 장면들보다 더 진짜 같은 순간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