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단가 협상이 또다시 결렬됐다. 벌써 아홉 번째다. 이쯤 되면 협상이 아니라 그냥 '갈등'이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까지 끌어오면서도 해결이 안 된다는 게 좀 어이가 없다.
물론, 양측 입장을 들어보면 다 이유가 있다.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레미콘 단가 인상이 부담스럽고, 레미콘 업체는 업체대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사이에서 애꿎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나는 예전에 작은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레미콘 가격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이 있다. 원래 예상했던 예산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불러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그냥 "요즘 건축비가 오르나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레미콘 가격 자체가 몇 달 새 급등한 거였다. 그때도 이런 협상 문제로 업계가 뒤숭숭했던 걸 생각하면, 이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게 확실하다.
건설사 vs 레미콘 업계, 끝없는 줄다리기
건설사와 레미콘 업계의 갈등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다. 서로의 이익이 걸려 있다 보니 한쪽이 양보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건설사는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싶어 한다. 건축비가 오르면 결국 소비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규제 때문에 분양가를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레미콘 단가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 레미콘 업체들은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 모래, 자갈 같은 골재 가격뿐만 아니라 운송비와 인건비까지 줄줄이 상승했다. 특히 기름값이 뛰면서 운송비 부담이 커진 게 큰 타격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와 레미콘 업계가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건 당연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어떻게든 타협이 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걸까?
과거와 달라진 협상 환경
예전에는 그래도 어떻게든 협상이 타결되곤 했다. 양측이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타협점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1) 원자재 가격 급등
과거에는 레미콘 업체가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일정 부분 비용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상승했다. 시멘트뿐만 아니라 모래, 자갈 같은 골재 가격도 폭등하면서 레미콘 업체들이 더 이상 자체적으로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2) 건설사 수익성 악화
건설사들도 사정이 어렵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서 아파트 분양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게 됐다. 반면, 건축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그렇다고 레미콘 가격을 받아들이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들거나, 심하면 적자가 날 수도 있다.
3) 대기업과 중소업체 간 격차
대형 건설사는 규모가 크고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레미콘 업체와 협상에서 조금 더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중소 건설사는 협상력이 약해서 레미콘 업체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대형 레미콘 업체는 비교적 버틸 힘이 있지만, 중소 레미콘 업체들은 가격 협상에서 밀리면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공사 현장의 혼란, 피해는 누구에게?
이 협상이 계속 결렬되면서 실제 공사 현장에서는 차질이 생기고 있다. 레미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건설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건설 일정이 지연되면 공사비는 더 올라가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나는 주변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물어봤다. 다들 한숨부터 쉬더라. "협상이 결렬된다고 당장 공사가 중단되는 건 아니지만, 계속 이렇게 가면 결국 큰 문제가 생긴다"라고 했다. 어떤 건설업자는 "레미콘 공급이 막히면 우리도 공사를 멈춰야 한다. 그러면 하청업체들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본다"라고 걱정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이 싸움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중소 건설업체와 하청업체,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이다. 건설사와 레미콘 업계가 자기들 이익을 지키려다 보니,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셈이다.
해결책이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상황에서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업계 내부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해서 일정 부분 가격 조정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장 경제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개입하면 단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처럼 계속 협상이 결렬되면 결국 피해는 건설사와 레미콘 업체뿐만 아니라 소비자까지 확산될 거라는 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평행선을 달린다면, 언젠가는 둘 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제 정말 중요한 건, 누가 먼저 손을 내밀지다. 다음 협상에서는 과연 결론이 나올까? 아니면 또다시 결렬될까?